Priest 太岁(태세) 제8장 진강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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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太岁》priest ^第8章^ 最新更新:2021-02-16 11:00:00 晋江文学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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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평성에는 이미 계엄령이 내려졌고, 오직 천기각 총서 바깥만이 대낮처럼 환했다.


   이때, 총서 입구에는 가문의 문장이 찍힌 마차가 족히 이삼십 대나 늘어서 있었다. 세가 공자, 조정의 신흥 귀족, 나아가 황실의 핏줄까지……. 온갖 기름진 것을 먹고 자란 귀공자들과 나라의 기둥들이 한자리에 모여, 불안에 떨며 마당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방전은 어두운 곳에 서서 이 청년 준걸들을 냉랭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이들의 가문 배경만 보아도 분명 서너 할은 현은산의 '징선첩'에 오를 만한 자들이었다. 이 진풍경만 보면, 모르는 사람들은 올해 대선이 앞당겨지기라도 한 줄 알 판이었다.


   지금 이 순간, 귀인들은 하나같이 천인처럼 난장판이 되어 떠들어대고 있었다. 천기각의 작은 마당을 비 온 뒤의 두꺼비 소굴처럼 시끄럽게 만들어 도무지 귀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동장과 왕보상이 어떻게 죽었는지 확실히 아는 자는 아무도 없었지만, 모두 비슷한 내용의 감화간을 만졌던 터라 다음 차례가 바로 자신일지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도통." 남의 하나가 잰걸음으로 다가왔다. "영친왕과 세자께서도 당도하셨습니다!"
   "노조더러 접객하도록 해라. 난 찾지 말고." 방전이 툭 내뱉었다. "난 저 귀인네들과 친분도 없고 얼굴도 잘 기억하지 못하니 돌아서자마자 못 알아본다면 얼마나 난처하겠는가."


   잠시 후 또 다른 남의가 달려와 보고했다. "도통, 한림원 시 대인, 대리사 양 대인, 신성 장공주의 부마, 예부상서의 자제, 영국공의 자제 분이……."


   "……."
   차림표를 읊는 것인가?


   그 남의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사건에 휘말린 인원이 너무 많아, 저희 총서의 일손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렇겠지." 방전은 몸을 돌리더니 마치 책장을 넘기듯 얼굴에 번져 있던 냉소와 빈정거림을 싹 거두고는 순식간에 진지하고 무거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일손만 부족한 줄 아느냐? 내가 보기엔 앉을 자리도 부족하니 사람을 시켜 서봉각에 올라가 의자라도 빌려오라 해라."


   남의가 조심스레 제안했다. "아니면…… 저기 청룡탑에 있는 사형제들을 잠시 총서로 차출하는 건 어떻습니까."
   방전은 그 남의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다. "청룡탑은 용맥을 억누르고 있는 곳이다. 네 말은, 지금 저 차림…… 아니, 저 '준걸'들이 용맥보다 중요하다는 거냐?"


   남의는 굳어버렸다.
   막 영친왕의 자리를 안내하고 돌아온 조예도 다가와 다급하게 거들었다. "당연히 사람이 용맥보다 중하지 않지요. 하나 도통, 용맥은 줄곧 그 자리에 평온히 있었으니, 작금의 사태는 응당 급한 불부터 꺼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제 단계방에 일이 터졌을 때도 도통께선 각수탑의 당직을 모두 옮기지 않으셨습니까?"


   방전이 느릿느릿 대답했다. "어젯밤엔 사태가 워낙 갑작스러웠고, 악주에 조종당하는 지전들이 사방으로 날뛰고 있었지. 즉각 흔적을 쓸어버리지 않았다면 후과를 장담할 수 없었어. 반면 오늘은 저 잠재적 피해자들이 이미 여기에 모여 있지 않은가? 성 전체에 계엄령도 떨어졌고. 어찌 됐든 상황 통제는 가능할 터이니 안심하게."


   조예가 엉겁결에 받아쳤다. "상황이야 통제할 수 있어도 저들의 목숨을 무사히 건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 않습니까."
   보아하니 마당에 모인 저 '준걸'들 사이에는 조씨 가문 사람도 섞여 있는 모양이었다.


   조예는 이 말을 뱉자마자 자신이 너무 감정적이었음을 깨닫고 재빨리 어조를 누그러뜨렸다. "도통, 저 자리에 현은산 대선의 유력한 후보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이번 사태의 배후에 있는 사수는 틀림없이 현은 대선을 망치고 선문의 새싹들을 해치려는 수작일 겁니다."
   방전은 마당에 모인 저 불운한 '새싹'들을 쓱 훑어보며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그렇게 좋은 일이 있다고?'


   천기각의 인간행주들은 대다수가 귀족 출신으로 대선을 거쳐 현문에 입문한 자들이었지만, 방전은 달랐다.
   대선의 문턱은 턱없이 높았고, 그에게는 그 대단하신 '환생 신공'이 없었다. 그는 천기각 내에서도 몇 안 되는 근본 없는 '야생' 출신이었다.


   엄밀히 말해 대완국에서 정통 선산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은 오직 현은산 한 곳뿐이었고, 현은에 적을 두지 않은 수사는 모조리 '사수' 취급을 받았다. 아주 운이 좋게도 영규가 열린 직후 현은 내문의 비중 있는 인물에게 천거를 받아 '기명제자'로 이름을 올려 신분을 씻어내지 않는 한 말이다.


   방 부도통, 그가 바로 이렇게 민간에서 온 기명제자였다.


   그는 애초에 저 귀하신 왕공 귀족 자제들이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고, 신경 쓰지 않으니 마음이 흔들릴 일도 없었다. 그가 보기에 좋은 집안 부모의 배를 잘 골라 태어난 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저 폐물들은 누군가 수고스럽게 공을 들여 '살해'할 가치조차 없는 자들이었다. 오히려 범인이 수십 년간 정성껏 보존해 온 시체들을 고작 저런 놈들을 죽이는 데 써버린 게 아까울 지경이었다. 동장과 왕보상의 죽음은, 어둠 속에 숨은 흉수가 금평 성내 청룡탑의 반응 속도와 대처 방식을 떠보기 위한 미끼에 가까웠다. 감화간에 숨겨진 꿍꿍이가 이렇게 빨리 드러난 것 역시 너무 노골적이었다.
   상대는 대체 이 폐물들을 이용해 무엇을 시험하려는 것일까?


   "자네가 걱정하는 바는 알고 있다." 방전은 머릿속으로 셈을 굴리며 입에서 나오는 대로 조예를 구슬렸다. "하지만 어제 각수탑은 내가 직접 지켰고, 단계방 역시 각수탑 처마 아래 있으니 금방 다녀올 수 있었지. 탑 하나 정도의 전력을 움직인 건 어떻게든 변명이 가능해. 하나 온 성의 청룡탑을 움직이려면 내가 독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야. 선문이나 총독 어른께 지시를 받아야 하네. 사제, 자네가 직접 한번 발품을 팔아보겠나?"
   "……."
   총독은 직무를 내려놓고 폐관 수련에 들어간 지 벌써 8년째였고, 선문에 지시를 받으러 현은산까지 오가다 보면...... 저 마당에 있는 놈들의 칠일장을 치를 때나 돌아올 판이었다.
   방문창의 이 말은 사람이 할 말인가!


   방전이 말을 이었다. "게다가 난 범인이 한 번에 저렇게 많은 사람의 음친을 빼앗을 수 있다고는 믿지 않아. 정말 그럴 공력이 있었다면 놈은 진작……."


   그런데 방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왁자지껄 끓어오르던 마당이 아무런 전조도 없이 돌연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모조리 동시에 입을 다물어버린 것이다.


   몇 번의 숨이 오가는 동안에도 침묵을 깨는 자는 없었다. 공기의 흐름마저 섬뜩하게 변했다.


   마당을 호위하던 인간행주들이 일제히 무기에 손을 올렸다. 방금 전까지 좌불안석으로 떨고 있던 마당의 늙고 젊은 나으리들은 단체로 정신법*이라도 맞은 양, 제각각 기괴한 자세로 굳은 채 한 무리의 밀랍인형처럼 마당에 박혀 있었다.
   *정신법(定身法): 몸을 그 자리에 꼼짝 못 하게 굳어버리게 만드는 도술.


   방전의 안색이 일순 가라앉았다. 한 번에 저렇게 많은 이의 음친을 뺏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하자마자 보란 듯이 뺨을 얻어맞은 꼴이었다.
   하지만 마당에 널린 저 수십 명의 음친을 동시에 빼앗아 이렇게 많은 시체를 조종한다는 건 도대체 어느 정도의 경지란 말인가?


   범인이 설마 '승령升灵'대능이라도 된단 말인가?


   현문에서는 선품仙品을 여러 등급으로 나누었다. 입문 단계를 '개규开窍' 혹은 '개영규开灵窍'라 부르며, 천기각의 '인간행주'들이 모두 이 등급에 속했다. 영규가 열리고 기감气感을 느껴야만 비로소 정식으로 선도에 올랐다 할 수 있었으나, 대선을 통해 입문한 절대다수의 제자는 평생 이곳에 머물렀다.
   영규를 열어봤자 고작 '반선'에 불과했다. 도심을 세우고 선대를 쌓아 올려야 비로소 진짜 신선인 '축기筑基'의 경지에 올랐다. 축기를 이룬 선존은 불로장생하며 구름과 안개를 부릴 수 있었고, 왕공 귀족들이 몸에 지니고 다니는 귀한 호신용 선기 역시 모두 축기선존들이 하사한 물건이었다.
   이 '축기'야말로 평범한 인간이 일생을 살며 억세게 운이 좋거나, 혹은 지지리 운이 나빠야 마주칠 수 있는 최고의 선품이었다.


   축기를 넘어선 경지는 그야말로 구소운상 위의 존재들이었다.
   '승령'선존은 속세의 육신을 완벽히 탈각하여 인간의 곡기를 끊고도 살아갈 수 있는 경지였다. 현은산을 예로 들자면, 승령의 경지에 올라야만 비로소 홀로 일파를 개창하여 한 봉우리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사수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대부분 개규기조차 넘기지 못했다. 간혹 요행히 축기에 성공하더라도 대부분 그 초입에서 주화입마에 빠져 미쳐버렸다.
   애당초 이 세상에 승령에 이른 사수란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남의들이 바짝 긴장한 채 굳어버린 자들을 뚫어지게 주시하며 이제 곧 시체로 변해 날뛸 '새신부'들의 폭동에 대비했다.
   그러나…… 일각이 다 지나도록 '강시 신부'들과 코가 닿을 만큼 가까이 서 있던 남의들은 두 다리가 저려올 지경이었지만, '강시'들은 꿈틀거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놈들은 마치 시체로 변하려다 공정이 잘못되어, 저승에서 단체로 '파혼'이라도 당한 양 굳어 있을 뿐이었다.
   문득 방전은 무언가 깨닫고 고개를 들어 처마를 쳐다보았다.


   어쩐지. 허전하다 했더니, 처마 끝의 벽사령이 울리지 않고 있었다!


   "비켜라." 방전은 담을 뚫고 마당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그러고는 패검 끝으로 굳어 있는 '강시' 하나의 몸통을 푹 찔렀다.
   '강시'는 힘없이 픽 쓰러지더니 가슴을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했다. ……멀쩡히 숨을 쉬고 있었다!


   방전은 한쪽 무릎을 꿇고 쓰러진 자의 머리칼을 헤집어 정수리를 살피더니 벼락같이 외쳤다. "종이!"
   인간행주 하나가 즉시 빈 부적을 대령했다. 방전은 주사朱砂를 꺼낼 새도 없이 제 손가락 끝을 물어뜯어 낸 피로 단숨에 영부를 그려냈다.


   영부를 툭 털자 순식간에 불이 붙으며 피어오른 가느다란 흰 연기가 바닥에 엎어진 '강시'의 콧구멍 속으로 스멀스멀 기어들어 갔다.
   그러자 갑자기 '강시'가 몸을 튕기더니 사지를 미친 듯이 경련했고, 뱃속에서 우레와 같은 굉음이 울렸다!


   잠시 후, 그가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는 '웩' 하고 푸른 액체를 한 바가지 쏟아냈다. 역겨운 악취가 진동했다. ……그 토사물 속에서 손톱만 한 벌레 한 마리가 빛을 보자마자 날아오르려 했다.


   방전이 손가락 끝으로 바람을 일으켜서 그 벌레를 꿰뚫어 바닥에 못 박아버렸다.


   "이건……." 조예가 다가와 경악하며 중얼거렸다. "이건 '압상소귀压床小鬼'? 이놈들은 진작에 멸종하지 않았습니까!"
   방전은 코를 틀어쥔 채 짙은 미간을 찌푸리며 묵묵부답이었다.


   연차가 얼마 안 된 남의가 물었다. "조 사형, '압상소귀'가 무엇입니까?"
   "남강의 기이한 독충인데, 수년 동안 자취를 감췄던 놈이다." 조예가 설명했다. "사람이나 동물이 알을 잘못 삼키면 이틀 뒤 숙주의 몸속에서 완전히 부화해 마비 작용을 일으키는 특수 독액을 내뿜지. 전신이 뻣뻣하게 굳고 호흡이 곤란해져 완벽한 강시처럼 보이게 된다. 주로 다들 잠든 자정 전후에 발현되는데 증상이 '가위눌림鬼压床'과 비슷하여 '압상소귀'라 부르는 것이다."


   그 남의는 깜짝 놀라 말했다. "설마 이자들 몸속에 전부 이 흉악한 사물이 들어차 있단 말씀입니까? 그럼 어째서 벽사령이 반응하지 않은 겁니까?"


   "이 벌레는 딱히 사악한 마물은 아니기 때문이지. 독은 금방 분해되어 인체엔 무해해. 숙주는 기껏해야 지독한 악몽을 꿨다 여기고, 잠귀가 어두우면 눈치채지도 못한다. 열흘쯤 기생하다 입이나 코로 쥐도 새도 모르게 빠져나가지. 수백 년 전 남강에선 이것을 보물로 여겨 잡아다 마취제를 만드느라 남획하다 씨가 말라버렸건만, 이상하구나......"


   "이상할 것 없다." 칼날같은 방전의 턱선이 팽팽하게 굳어지며 조예의 말을 싹둑 잘랐다. "소귀는 해롭지 않지. '구혼향驱魂香'을 만나지 않는 한."


   "허, 참으로 거대한 인간 형상의 구혼향이로구나." 뒷덜미를 덥석 잡혔을 때, 해평은 뒤에서 들려오는 그 목소리를 들었다.


   해평은 실수로 꼬마 요괴를 놓쳐버렸다. 녀석이 빽 소리를 질러 껍데기가 벗겨진 대형 요괴를 불러들이려던 찰나, 귓가에서 '웅' 하는 가벼운 파열음이 들리더니 반경 일 장 넓이의 공간에 투명한 '보호막'이 씌워졌다.
   곧이어 어디선가 흙덩이 하나가 날아와 꼬마 요괴의 태양혈에 정통으로 꽂혔고, 녀석은 비명도 못 지른 채 바닥에 고꾸라져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었다.


   이 모든 일은 눈 한 번 깜빡할 찰나에 벌어졌다. 해평은 채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불청객의 손에 짐짝처럼 대롱대롱 들려버렸다.
   그것도 단 한 손으로.


   해평의 기억에 누군가 자신을 한 손으로 번쩍 들어 올렸던 건 세는나이로 고작 여섯 살 무렵이 마지막이었다. ……그때 그의 아버지는 모처럼 '힘센 가장' 노릇을 해보려다 허리를 삐끗하는 바람에 낭패를 보았고, 그 후로 다시는 그를 안아주지 않았다.


   정신을 차린 해평은 그 자리에서 털을 곤두세우며 맹렬하게 앞으로 몸을 날려 그 손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이마가 보이지 않는 덮개에 정통으로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가 났다.
   해평은 그 괴인들을 놀라게 할까 두려워 자기 머리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황급히 제등인과 늙은 마부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그 두 사람은 귀가 먹고 눈이 먼 것처럼 그 큰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고 있었다.


   제등인은 묵묵히 짙은 안개 속으로 들어갔고, 늙은 마부는 두 손을 모아 쥐고 허리를 깊이 굽혀 배웅하는데 정수리가 땅에 닿을 지경이었다.


   "어허, 녀석. 조심하거라." 해평의 뒷목을 쥐었던 자가 퍽 안타까운 목소리로 나무랐다. "이 개자*는 '백령白灵' 두 알이나 주고 산 것이니. 안심해라, 개자 밖의 사람들은 듣지 못한다."
   *개자(芥子): 불교 용어 '수미개자(须弥芥子, 거대한 수미산이 작은 겨자씨 안에 들어간다)'에서 유래한 말.개자는 극히 작은 것을 뜻하고, 수미는 세계의 중심에 있는 거대한 산을 의미함. 작품 내에서는 '휴대 공간/소형 차원' 선기 정도로 보면 됩니다.


   귀공자 버릇이 도진 해평은 진귀한 물건을 보자 입부터 튀어나갔다. "어디서 샀어요? 저한테 하나 파실 생각 없으십니까?"
   그 사람이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백령 하나에 황금 백 냥, 순은으로 대략 구백 냥이니 동전으로 치면 구백 꿰미겠구나! 수도 근교의 비옥한 논밭 일 무*도 일이백 꿰미에 불과하니 한 식구가 이삼 년은 족히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는 된다. 본조 표기대장군의 일 년 녹봉이 오백 냥도 채 되지 않으니, 꼬박 이 년을 굶어도 겨우 백령 한 알을 모을 터인데. 너는 대체 어느 집 탕아이길래 이리 허풍이 심하냐. 네 아버님도 아느냐?"
  *무(亩): 토지 넓이 단위. 1무는 약 200평 정도.


   머리를 부딪쳐 윙윙 울려 죽겠는데, 난데없이 귓가에 쏟아지는 경제사에 해평은 골이 더 아파졌다. 중요한 건 이 형님의 계산이 틀렸다는 것이다!


   해평이 말했다. "형님, 금 한 냥에 은 열두 냥인데 어떻게 금 백 냥이 은 구백 냥으로 둔갑합니까? 그리고 수도 외곽의 땅은 일 년에 은화 스무 냥은 주어야 겨우 빌릴까 말까 한데, 고작 백 꿰미로 좋은 밭을 산다니…… 혹시 꿈에서 샀어요?"


   그 사람은 해평의 말을 듣더니 멍하니 굳어버렸다.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손가락을 꼽아 헤아리고 나서야 중얼거렸다. "아…… 금 한 냥이 은 열두 냥이 됐구나. 동전 한 꿰미도 천 닢에서 천오백 닢으로 올랐고……. 금평의 땅값이 이토록 치솟았단 말이냐?"


   해평은 할 말을 잃었다. "……."
   아니, 무슨 이런 상식을 천문 현상을 봐야 아냐고?


   마차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빛에 의지해 해평은 그 사람의 모습을 똑똑히 살폈다.
   그는 기골이 장대한 사내가 아니었다. 체구는 해평과 비슷했고, 차림새에 별 신경을 쓰지 않은 듯 살짝 해진 청삼*을 걸치고 손에는 자그마한 술병을 든 청년이었다.
   가로로 긴 봉안에 얇은 입술, 콧등이 살짝 구부러져 본래 맑고 바르며 차갑고 준엄한 외모였지만, 언행과 태도는 매우 온화하고 평온하여 마치 평생 화를 내본 적이 없는 사람 같았다. 눈을 깜박일 때면 눈가에 설핏 웃음 주름이 보일 듯 말 듯 맺혔다.
   *푸른색 도포


  “민생이 참으로 고달프구나.” 청삼을 입은 사내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해평에게 물었다. "이 이야기는 그만두자꾸나. 너는 언제 구혼향을 잘못 삼킨 것이냐?"
  해평은 머리를 감싸 쥐고 의아한 듯 한 음절을 내뱉었다. "하?"


   "구혼향은 아주 희귀한 과일이야. 향이 워낙 옅어서 남강의 압상소귀 정도나 되어야 그 냄새를 잡아낼 수 있지." 천기각 총서에서 방전은 눈을 가늘게 떴다. "구혼향의 냄새를 들이마신 '소귀'는 숙주의 혈관 속으로 파고들고, 본래 무해했던 벌레의 독액은 그 순간 즉사할 맹독으로 변질된다. 독이 온몸으로 퍼지면 숙주는 잠시 죽은 척하던 가짜 시체에서 진짜 시체로 굳어버리지. 그런 다음 두피가 붉게 달아오르며 혈관이 정수리부터 갈라지기 시작한다. 죽을 때 온몸이 기괴하게 비틀려 경직되는 탓에 그 꼴이 마치 음친을 빼앗긴 시체와 같지. 심지어 남강에는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비법이 하나 더 있는데, 구혼향 열매의 즙으로 거울 표면에 구혼부를 그려 넣으면 죽은 자의 몸속에 남은 소귀를 조종해 시체가 거울 앞의 사람이 하는 동작을 똑같이 따라 하게 만들 수 있어. 사주팔자니 뭐니 모두 위장이었구나. 이건 애초에 음친 탈취가 아니었던 거다!"


   그의 말이 맞았다. 대체 누가 저런 쓸모없는 놈들을 죽이는 데 그렇게 오래 묵은 시체를 아낌없이 쓰겠는가!


   "하지만…… 왜 우리에게 이게 음친을 빼앗는 주술이라고 착각하게 만든 겁니까?" 남의 하나가 어찌 도통이 그 '알려지지 않은 비술'을 어떻게 아는지 고민할 겨를도 없이 멍하니 물었다. "고작 이 사람들을 다 우리 쪽에 몰려와서 자는 꼴을 보여주면서 우리를 놀라게 하려고 말입니까?"


   "청룡탑의 종을 울리고 주사진*을 펼쳐라! 잘못되면 영석은 내게 달아두거라!"방전은 몸을 홱 돌렸다. 이번엔 그가 독단으로 '통솔'할 자격이 충분했다. "오늘 밤 원래 여기 있어야 했을 놈이 한 명 더 있기 때문이다. 영녕후부로 간다!"
   *주사진(诛邪阵): 사악한 것을 베어 죽이는 진법


   그 영녕후 세자가 두 번이나 강시와 마주친 건 절대 우연이 아니었다. 짐작이 맞다면 녀석의 몸에 분명 구혼향이 묻어 있을 것이다.
   만약 오늘 밤 천기각 총서에 '구혼향'마저 있었다면 밤이 깊어 압상소귀가 성숙해지는 찰나, 총서 안마당은 잠들어 기절한 산 바보들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새로운 시체들로 가득 찼을 것이다!
   그 지옥 같은 광경을 떠올리기만 해도 머리끝이 쭈뼛 섰다. 떼가 되어 온갖 마물들이 날뛰면 천기각은 과잉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대부분의 인간행주들은 사실 사방에서 사수를 쫓고 있었고, 수도를 수비하는 인력은 총서의 소수를 제외하면 일곱 개의 청룡탑에 분산되어 있었다. 총서는 인력이 부족하니, 그들은 어제저녁처럼 다른 선택지 없이 청룡탑에서 지원군을 차출해 와야만 했다.


   성동격서*. 범인의 목표는 용맥을 누르고 있는 청룡탑일 가능성이 높았다!
   *성동격서(声东击西):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을 친다는 뜻.
 

   다만 무슨 변수가 생겼는지, '본래 여기 있어야 했을' 사람이 사수들도 예상치 못한 짓을 저지른 것이다.
 

   "잠깐." 조예가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 다급히 손을 꼽아 셈했다. "영녕후 세자는 지금 성 안에 없는 것 같습니다."


   "자네가 어떻게 아나?"
   "정오에 집으로 돌아갈 때, 총서에서 공양하는 인과수 한 마리를 데려갔습니다……."
 

   방전이 명했다. "앞장서라!"


   방전의 불호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금평의 대지가 은은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짙고 무거운 검은 기운이 남쪽 하늘을 뚫고 맹렬히 솟구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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